여수솔샘교회 오신분들을 사랑합니다.




이름: 바위솔
2015/8/18(화)
‘아비소스’를 닫아라.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내가 보니,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이 하나 있는데, 그 별은 아비소스를 여는 열쇠를 받았습니다. 그 별이 아비소스를 여니, 거기에서 큰 용광로의 연기와 같은 연기가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해와 하늘이 그 구덩이에서 나온 연기 때문에 어두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연기 속에서 메뚜기들이 나와서 땅에 퍼졌습니다. 그것들은, 땅에 있는 전갈이 가진 것과 같은 권세를 받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땅에 있는 풀이나 푸성귀나 나무는 하나도 해하지 말고, 이마에 하나님의 도장이 찍히지 않은 사람만을 해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사람들을 죽이지는 말고, 다섯 달 동안 괴롭게만 하라는 허락이 내렸습니다. 그것들이 주는 고통은 마치 전갈이 사람을 쏠 때와 같은 고통이었습니다. 그 기간에는 그 사람들이 죽으려고 애써도 죽지 못하고, 죽기를 원해도 죽음이 그들을 피하여 달아날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9:1-6>



죽음의 ‘벌건 숯불’

 세계적인 반핵운동가이자 시민과학자로 활약하다 지난 2000년 작고한 일본의 다카기 진자부로(1938~2000)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는 ‘반핵운동’ 자체를 찾기 힘들던 1975년부터 ‘반원전 공동자료실’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시민 과학자로 살다>,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의 저서들로 원전의 신화와 위험성에 대한 꾸준한 경고도 하였습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내다보며 혼신의 힘을 다해 25년간이나 경고의 나팔을 불어댄 일본의 참 예언자였던 셈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 세계에서 유일한 원자폭탄 피해국인 일본이 어떻게 무려 50기나 되는 원전을 세우고 가동해왔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원자력의 위험성을 그 어떤 나라보다 몸서리치게 경험한 일본이 큰 저항 없이 원전 대국이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였습니다. 이번에 다카기 진자부로의 생애를 살펴보며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는 7살 때 고향 마에바시에 살면서 밤하늘 불꽃놀이처럼 곱게 빛나는 원자폭탄 투하 장면을 보았답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성장하여 도쿄대에서 ‘원자핵화학’을 전공합니다. 당시 그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주요 원인을 미국과 영국 같은 나라에 비해 과학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부족한 원자력 분야를 공부하면 장차 과학자로서 국가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런 생각은 그 시대 일본 전반에 널리 퍼져 있었다고 합니다. <아톰>이란 만화영화가 일본에서 그토록 인기가 높았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카기 진자부로는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일본 원자력사업주식회사에 입사하였습니다. 거기서 그는 방사성물질이 어떻게 움직이고 제어할 수 있는지를 주로 연구합니다. 원자력발전소 연로로 쓰는 우라늄 펠릿을 원자로에서 태워 그 방사능이 높은 온도나 열 때문에 밖으로 새는 일이 없는지 검사하고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었답니다. 그는 실험 결과 아무리 조심해도 방사능이 외부로 자주 새어나가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그 사실을 회사에 빠짐없이 보고하였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건 원전건설이 방사능 유출에서 안전하다는 사실에 있었기에 다카기 진자부로의 실험 결과는 번번이 묵살되었습니다. 끝내 그는 4년 만에 퇴사하여 도쿄대 원자력연구소에 들어가 우주의 역사를 연구하였습니다. 우주의 역사를 연구하는 일은 세상의 복잡한 일들과는 별 상관없으리라 여기며 한동안 여유롭게 맘 편히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평양의 흙을 채취해 까마득한 옛날인 몇 백 몇 천만 년 전의 방사능을 측정하다가 표층의 방사능 수치가 굉장히 높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인 핵실험을 거듭하고 있어 소위 ‘죽음의 재’가 알프스산, 남극, 남태평양 등 지구 어디를 가도 속속 발견되었습니다.

한 번에는 어느 할머니와 이야기할 때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 “방사능 측정한다.”고 하자 “방사능은 몸에 해로운 거 아니냐.”고 하더랍니다. 할머니의 평범한 이 말에 진자부로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껏 실험실에 갇혀 지내느라 당연한 걸 깨닫지 못하였음을 깊이 반성하였습니다. 이때부터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반원전정보자료실을 만들어 운영하며 반핵운동에 적극 뛰어들었습니다. 이 자료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일본정부가 감추려 애쓰는 원전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여 톡톡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다카기 진자부로는 원전을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에 비유합니다. 그는 ‘죽음의 재’는 여느 재처럼 불 꺼져 식은 재가 아니고 ‘벌건 숯불’임도 상기시킵니다. 더 나아가 원자력은 “깨끗하다, 안전하다, 값싸다, 리싸이클 할 수 있다, 지역발전에 기여한다” 등의 주장은 다 거짓에 지나지 않음도 깨우쳐 줍니다. 또한 “한 개의 펠릿에서 1년 치 전기를 얻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거기서 5만 명분의 치사량분에 맞먹는 쓰레기도 나온다.”는 사실을 환기시킵니다. 더욱이 이 핵폐기물은 결코 처리가 불가능하다는데 가장 큰 심각성이 있습니다.


반민주적 원자력

엊그제 새벽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30년 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를 7년간 더 연장 가동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2007년 수명 연장을 하였던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밀어 붙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표결 때 퇴장한 한 위원에 따르면 원안위 회의는 충분한 질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새로 받은 자료를 읽을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음에도 쫓기다시피 졸속 표결을 하였답니다.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시민단체들의 여러 문제제기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생명과 안전이 걸린 노후 원전 재가동을 날치기 결정한 것입니다. 일찍이 다카기 진자부로는 “원전은 방사능을 끊임없이 생산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를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철저히 파괴한다.”고 갈파하였습니다. 실제로 원전은 그 엄청난 위험성 때문에 건설 단계부터 안전성 조사 및 가동과 수명 연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비밀과 협잡, 비리, 속임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령 현재 방사능 측정 권한만 해도 교육과학기술부 외에는 할 수 없게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환경부나 보건복지부 같은 관련 부서조차 접근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핵 마피아들의 온갖 로비와 정보 독점과 통제로 국민들은 국내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실감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큰 원전 사고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있었습니다. 모두 원전이 많은 나라에서 발생한 사고였고 그 사고 유형도 제 각각입니다. 불행히도 다음 사고 순번은 한국이나 프랑스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앞서 사고를 겪은 세 나라에 이어 원전을 많이 보유한 나라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더 위험한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전 밀집도로는 세계 1위인데다 철저한 검사 없이 노후 원전을 재가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한국은 독일을 비롯한 서구 유럽의 각국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폐쇄로 나아감에도 무려 11기의 신규 원전 증설을 추진하는 중입니다. 노후 원전 폐쇄와 원전 증설에 반대하는 국민 대다수가 원전의 안전성을 우려하며 노후 원전 폐쇄를 요구함에도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명분으로 원전 증설과 수명연장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50기 넘는 원전 가동을 중단하였어도 전력 수급에 큰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원전 증설이 반드시 전력 수급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현재 여수화력 발전소만으로도 여수의 전기 사용량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굳이 원전의 전기 공급이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전 건설에 투입하는 천문학적 비용을 대체 에너지 개발에 쓴다면 훨씬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세계 각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원전 건설에 매달린 이면에는 핵무기 개발이 있습니다. 원전에서 나오는 플로트늄을 조금만 가공하면 핵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문을 열자

오늘 요한계시록 본문은 다섯 번째 천사의 나팔소리에 따라 세상에 하나님의 심판이 어떻게 임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천사의 나팔소리가 들리자 하늘에서 별이 하나 떨어졌는데 그 별은 아비소스를 여는 열쇠를 받아 그것을 열어 젖혔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하늘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장면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별은 단순히 운석이 아니라 예언자 이사야가 말했던 땅에 떨어진 ‘계명성’(사 14:12) 곧 하나님을 대적하다 하늘의 처소를 떠난 천사(유 1:6)인 사탄을 상징합니다. 그 별이 아비소스를 열자 거기서 “큰 용광로의 연기와 같은 연기가 올라왔다”고 하였습니다. 아비소스란 “밑바닥 없는 깊은 곳” 즉 무저갱을 의미합니다. 단테는 신곡에서 사탄이 땅에 떨어졌을 때 그 충격으로 거대한 균열과 지옥이 생겨났고 사탄은 지구 중심부에까지 내려가 얼음 속에 갇힌 것으로 묘사합니다. 말하자면 사탄은 끝 모를 무저갱에 떨어져 그 밑바닥에 자리 잡고 아바돈(혹은 아볼루온: 파괴자)이란 이름으로 왕 노릇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저갱이 열리자 거기서 “큰 용광로의 연기와 같은 연기가 올라와 해와 하늘이 어두워”집니다. 하나님께서는 천지창조로 혼돈과 공허, 흑암이 물러가게 하신데 반해 사탄은 무저갱을 열어 세상을 캄캄하게 만듭니다.

저는 꺼지지 않는 지옥불인 원전과 방사능의 존재야말로 아비소스와 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류는 어리석게도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아비소스의 문을 열어 이 세계를 대재앙의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세계의 원전 역사가 60년이 넘었으나 현재까지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은 단 한군데도 없는 실정입니다. 핵폐기물은 날로 늘어만 가는데 여태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아무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문은 무저갱에서 올라온 연기 속에서 기괴한 메뚜기 떼가 나와 온 땅에 퍼졌고 다섯 달 동안 사람에게 전갈이 쏠 때와 같은 심한 고통을 안겨준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어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였습니다. 이것은 방사능 피폭자들이 겪는 고통과 유사하지 않나 싶습니다. 방사능 피폭의 피해는 자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유전자 파괴로 후손에게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그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마지막 날 무저갱의 열쇠와 큰 쇠사슬을 지닌 천사를 보내어 사탄을 결박하고 그를 무저갱에 처넣어 천 년간 가둬둔다고 하였습니다(계 20:1). 이 같은 천사를 막연히 기다릴게 아니라 그 역할을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것입니다. 아비소스나 다름없는 원전을 폐쇄하고 엄격히 관리함으로써 우리 후손들을 위한 희망찬 미래의 문을 열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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