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솔샘교회 오신분들을 사랑합니다.




이름: 바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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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손을 통해서  
여성의 손을 통해서

삿 9: 50~55


삼일절이 되면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꼭 떠올릴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유관순입니다. 한데, 유관순에 대해 무얼 알고 있는지 생각해보니 별로 뚜렷이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단지 천안 병천의 아우네 장터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했다는 것말고는. 그래서 유관순의 생애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백과사전에 소개되는 유관순을 보니, 만세시위 주동자로 재판을 받던 중 검사에게 걸상을 집어 던지는 바람에 법정 모독 죄로 형을 7년 더 추가 받았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과연, 어떤 여성이었기에 이렇게 용감무쌍했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고 유관순 생애 관련 자료를 한참 더 찾아보았습니다. 유관순 생가가 있는 천안에 매봉교회라는 유관순 기념 교회가 있더군요. 그 교회 홈페이지(http://www.maebong.or.kr)에 들어가 보니 다른 곳들과는 달리 비교적 자세하게 유관순의 생애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실보다 미화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겠지만, 관순이 애국소녀로 자랄 수 있었던 배경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에 충분했습니다. 그것을 잠시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관순의 아버지 유중권씨는 일찍 개화하여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사람입니다. 그는 민족이 독립하기 위해서는 무지한 민중들을 일깨우기 위해 신교육을 실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가산을 정리하고 일본인 고리대금업자 고다마에게 300백 냥을 빌어 기독교 학교인 흥호학교를 세웠다 합니다. 하지만 유씨는 고다마의 매일 같은 빚 독촉과 갖은 수모와 행패를 당해야 했습니다. 이를 어려서부터 보고자란 관순이 배일 의식에 눈뜨고 독립운동에 참여하게 된 건 당연했겠지요. 관순이 이화학당에 다닐 때, 1차 대전 종결과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및 파리 평화회의에 힘입은 일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2.8 독립선언운동이 일어났고 곧이어 3.1 운동이 터졌습니다. 이때 관순은 6인의 특별시위대를 만들어 만세 시위에 참여했는데,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인 천안에 내려와 지역에서 만세 시위를 조직하였습니다. 당시 17세 밖에 안된 소녀가 어른들을 설득하여 만세시위를 조직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혼자한 게 아니라 함께한 동지들이 있었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거사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아우네 장터 만세 시위(음력 3. 1일 장날)로 관순의 부모님이 모두 일경의 총칼에 죽임을 당했고 관순도 부상을 입고 체포된 것입니다.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재판을 받는 와중에 그녀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고 합니다.


"나는 한국사람이다. 너희들은 우리 땅에 와서 우리 동포들을 수없이 죽이고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었으니 죄를 지은 자는 바로 너희들이다. 우리들이 너희들에게 형벌을 줄 권리는 있어도 너희는 우리를 재판할 그 어떤 권리도 명분도 없다."

이때 검사가 "너희들 조선인이 무슨 독립이냐?"고 핀잔을 주자, 관순은 일어나 걸상을 들어 검사를 쳤습니다. 그래서 법정 모독 죄로 형기가 7년 더 가형이 되고 말았지만 관순은 이미 죽기를 각오한 상태였으므로 두려울 게 없었고 감옥 안에서도 죄수들과 함께 만세 시위를 하였다고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고 1920년 10월 12일 고문과 영양실조로 옥사하였습니다.


정호승이라는 시인은 "유관순"이라는 시를 이렇게 썼습니다.

유관순 1


정 호 승 (82年, 시집[서울의예수])


그리운 미친년 간다.

햇빛 속을 낫질하며 간다.

쫓는 놈의 그림자는 밟고 밟으며

들풀 따다 총칼 대신 나눠주며 간다.

그리움에 눈감고 쓰러진 뒤에

낫 들고 봄밤만 기다리다가

날 저문 백성들 강가에 나가

칼로 물을 베면서 함께 돌며 간다.

새끼줄에 꽁꽁 묶인 기다림의 피

쫓기는 속치마에 뿌려 놓고 그리워

간다, 그리운 미친년 기어이 간다.

이 땅의 발자국마다 입맞추며 간다.



시인은 관순을 "미친년"으로 형상화했지만, 여기서는 그 말이 욕으로 보이지 않고 왜 그리 적절해 보이는지요. 그것은 관순이 신기 들려 춤추는 무당처럼 만세 시위로 민중의 마른 가슴에 불을 질러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소설 [태백산맥]이나, [장길산]에 보면 이런 무당이 등장합니다. 무당 소화와 같이 평상시는 그렇게 다소곳하고 연약해 보이는 여인에 불과하지만, 일단 신기가 들리면 용감무쌍한 장군, 여걸이 되기는 시간 문제지요. 더구나 그러한 신기(神氣)가 한 사람의 한풀이에 그치는 게 아니라, 민중의 한풀이로 확장되어 해방을 위한 대동 굿을 만들어 갈 때 누구도 그 물결을 쉽게 막을 수는 없겠지요.


제게 성서에서 가장 멋진 여성을 꼽으라면, 오늘 본문의 이름 없는 어느 여자를 빼놓지 않고 꼭 들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아비멜렉은 여룹바알 또는 기드온이라는 유명한 사사의 아들입니다. 말하자면 당시로서는 영웅의 아들이라고 할만합니다. 왜냐면 기드온은 미디안이라는 나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해낸 가히 "민족 영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비멜렉은 기드온의 서자에 불과합니다. 기드온에게는 영웅이라 그런지 아내가 많았는데 아비멜렉을 뺀 아들들만 해도 70명이나 됩니다. 엄청나지요? 미디안을 물리친 영웅 기드온은 왕이 되어달라는 백성들의 요구를 사양하였습니다. 지파동맹체의 전통에 따라, "하나님이 왕이 되어야지 사람이 사람 위에 왕으로 군림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드온이 죽자 아들들 가운데 아비멜렉이 권력에 대한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었습니다. 그래서 세겜에 있는 그의 어머니 형제들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을 왕으로 옹립해 달라고 사람들을 규합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겜 사람들이 그에게 동조하자 기세 등등해진 아비멜렉은 자신의 나머지 형제 70명을 한 바위 위에서 모두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 중에 유일하게 숨은 막내 아들 요담만 살아 남아 아비멜렉 반대 세력을 모아 그에 대항합니다.


아비멜렉은 자신을 반대하거나 배신한 세력들과 살육전쟁을 일삼았고 오늘 본문의 데베스 성읍도 마찬가지의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노도같이 밀려드는 아비멜렉의 군대는 데베스를 금방 점령해 버렸습니다. 일부 살아남은 데베스 사람들만이 마지막 남은 견고한 망대로 도망쳐서 희망을 포기한 채 죽음의 시간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잔인한 아비멜렉은 그 망대 사람들을 모두 불에 태워 죽이려 했습니다. 바로 이때, 망대 위에 있던 한 여인이 맷돌 위짝을 아비멜렉 머리에 던져 그의 두개골을 바숴 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하나님은 자기 힘만 믿고 날뛰는 흉악한 독재자의 최후를 이름 없는 한 여인 손으로 이렇게 순식간에 간단히 해결해 버리신 것입니다. 그때서야 독재자를 따라 동족간에 피의 살육전쟁을 일삼았던 사람들이 겨우 제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래서 싸움을 멈추고 각기 자기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나님은 힘없는 여인의 손을 들어서 독재자를 심판하셨고, 독재자에 의해 놀아나는 사람들의 정신을 되돌려 놓으셨던 것입니다.


성서에서 희망을 잃은 백성들을 구원해낸 여성을 들라면 선뜻 "에스더"를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에스더는 많은 한계를 지닌 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뛰어난 미모로 바사제국 아하수에로 왕의 왕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곤경에 처한 유대민족을 위해 주체적으로 활약했다기보다는 사촌 모르드개의 지도를 받아 그 모든 일들을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왕후가 된 것은, 어떤 인격이나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닌 궁중의 여성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왕의 눈에 들어 선발된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왕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좌우되는 몹시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남성을 위한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외경이지만 유딧이라는 여성은 조금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유딧은 에스더와는 달리, 자신의 신앙과 지혜 그리고 용기를 통해 모든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여걸"입니다. 더구나 유딧서에는 유딧 만이 홀로 주인공일 뿐이고 누구도 그를 지도하거나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유딧서도 에스더서처럼 소설적인 형식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여기에는 경건하고 용맹한 여인 유딧과 앗시리아 대제국 군대 총사령관 홀로페르네스의 맞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앗수르 왕 느브갓네살(느브갓네살은 본디 바벨론의 왕이지요)은 유대를 제외한 메대 및 모든 나라들을 정복했는데, 드디어 유대 정벌 계획을 세우고 군대 총사령관 홀로페르네스를 파견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유대인들은 불안과 초조 속에서 지내는데 이때 과부인 유딧이 나선 것입니다. 꼼짝없이 항복하고 느브갓네살이 요구하는 대로 그를 신으로 섬겨야할 위기에서, 유딧은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직접 적진으로 들어갑니다. 유딧은 용모가 아름답고 율법을 준수하는 경건한 여인으로 언변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유딧의 이런 모습은 적장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기 충분했을 것입니다. 음흉한 마음을 품은 적장이 유딧을 초대하고 잔치를 베풀자 유딧은 그에게 많은 술을 먹여 그를 잠들게 하였습니다. 그와 침실에 단 둘이 남았을 때, 유딧은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칼로 베어 부대에 담고 적진을 빠져 나옵니다. 하나님은 유딧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여자의 손을 이용하여 송소를 더럽히는 자들의 콧대를 꺽어"버린 것입니다. 이스라엘 용사들이 도망치는 적군들을 물리치자 유딧은 많은 여자들과 함께 춤을 추며 민족을 구원해 주신 하나님을 이렇게 찬양했습니다.


"북을 치며 우리 하나님을 찬양합시다. 징을 치며 주님을 노래합시다. ...전능하신 주님께서는 여성의 손을 통해서 원수를 물리치셨습니다..."


하나님은 가냘프게 보이는 여성의 손을 통해서 남성들이 두려워서 결코 할 수 없었던 놀라운 구원 사건을 만들어 가십니다. "약한자를 들어서 강한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하나님"이시기에, 하나님의 방법은 우리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을 떠나서 하나님은 우리가 약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을 들어서 자신의 구원을 이루시는 결정적인 도구로 쓰신다는 말씀입니다. 연약한 자를 통해 구원 사건을 일으키시는 하나님을, 유딧처럼 소리 높여 찬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러한 놀라운 구원 사건을 체험하는 은총이 성도님들에게 임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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