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솔샘교회 오신분들을 사랑합니다.




이름: 바위솔
2015/8/18(화)
접붙은 두 가지  
그런데 참올리브 나무 가지들 가운데서 얼마를 잘라 내시고서, 그 자리에다 돌올리브 나무인 그대를 접붙여 주셨기 때문에, 그대가 참올리브 나무의 뿌리에서 올라오는 양분을 함께 받게 된 것이면, 그대는 본래의 가지들을 향하여 우쭐대지 말아야 합니다. 비록 그대가 우쭐댈지라도, 그대가 뿌리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그대를 지탱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본래의 가지가 잘려나간 것은, 그 자리에 내가 접붙임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하고 그대는 말해야 할 것입니다. 옳습니다. 그 가지들이 잘린 것은 믿지 않은 탓이고, 그대가 그 자리에 붙어 있는 것은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교만한 마음을 품지 말고, 도리어 두려워하십시오. 하나님께서 본래의 가지들을 아끼지 않으셨으니, 접붙은 가지도 아끼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준엄하심을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은 넘어진 사람들에게는 준엄하십니다. 그러나 그대가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머물러 있으면, 하나님이 그대에게 인자하게 대하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도 잘릴 것입니다. 그러나 믿지 않았던 탓으로 잘려나갔던 가지들이 믿게 되면, 그 가지들로 접붙임을받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다시 접붙이실 수 있습니다. 그대가 본래의 돌올리브 나무에서 잘려서, 그 본성을 거슬러 참올리브 나무에 접붙임을 받았다면, 본래 붙어 있던 이 가지들이 제 나무에 다시 접붙임을 받는 것이야 얼마나 더 쉬운 일이겠습니까?
                                                    <로마서 11:17-24>


질주하는 세계

 지난번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했을 때 우리 일행은 공항에 마중 나온 선교사님을 만나 승합차로 두어 시간 가량 이동하였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거리에는 아직 무수한 차량이 통행하느라 체증이 심하였습니다. 도중에 크게 사고 난 차량을 보았는데 선교사님 설명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는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그야말로‘개죽음’이랍니다. 거적때기 같은 걸로 사망자를 대충 덮어 두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보통의 교통사고도 제대로 된 사고처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긴 어렵고 경찰을 먼저 매수한 사람이 무조건 이긴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사실에 부합한 정보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잠시 체류하며 경험한 바로는 교통이 무척 혼잡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중앙선이나 신호등을 거의 볼 수 없고 운전자들이 각자 알아서 조심히 운전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우릴 태운 승합차의 현지인 운전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총까지 구비하고 다녔습니다. 필리핀은 총기소지가 가능하기에 승객들을 태우고 운전하는 중 어떤 흉악범죄에 직면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실제로 우리가 방문한 이튿날 교민 여성 한 분이 마닐라의 한 커피숍에서 무장괴한에게 총을 맞아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이건 그나마 뉴스에 보도된 사건이고 대부분은 늘 있는 일이기에 조용히 묻힌다고 합니다. 너무 살벌한가요?

우린 지금의 지구촌이 필리핀은 비교도 안될 만큼 더 위험한 교통 혼잡과 빈번한 충돌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음을 압니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테러단체들이 도처에서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국가(IS)의 경우는 천인공노할 방식의 잔인한 테러로 무고한 민간인들을 거듭 살해하며 전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예컨대 그들은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크리스천이던 일본인 고토 겐지씨를 참수한데 이어, 요르단 조종사를 화형하였고 며칠 전에는 21명의 콥트교도를 참수한 바 있습니다. 콥트교는 이집트와 시리아, 아르메니아 지역에 널리 퍼진 그리스도교 일파로서 예수님의 신성만을 인정하는 단성론 교리로 5세기 중반에 가톨릭교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교파입니다. 하지만 현재 이집트 콥틱정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 회원교단이고 무슬림권에서 1500년 이상 순수한 신앙을 잘 간직해온 교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1996년 출간한 <문명의 충돌>에서 “미래의 가장 위험 충돌은 서구의 오만함, 이슬람의 편협함, 중화의 자존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탈냉전시대에 지구촌의 여러 갈등과 충돌이 있겠지만 “이슬람과 아시아 사회, 이슬람사회와 서구사회의 충돌”이 가장 강력하게 나타날 것임을 예측한 것입니다. 그의 문명 충돌론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지만, 지금의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단체들의 극악한 활동 양상을 보면 어느 정도 적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접붙인 두 가지

 우리는 이런 어두운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책무는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정 그리스도인이라면 무엇보다 평화와 화해를 위해 주님의 부름 받았음(마 5:9; 고후 5:18)을 분명히 알고 그 원칙을 확고히 견지해야 합니다.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단체들이 무력을 사용한 영토 확장을 꾀하면서 각종 테러를 자행하다고 하여 무슬림 전체를 적으로, 이슬람 전체를 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대다수 무슬림들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단체가 자행하는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는데다 종교 간의 평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일의 기도와 자선, 단식 등의 실천으로 경건한 종교생활을 유지하며 유일신 알라(하나님)에 대한 온갖 헌신을 다합니다. 무슬림들도 창조주이시자 전능하고 자비로운 유일신을 섬깁니다. 또한 자신들을 아브라함의 후손이라 여기며 노아, 모세, 다윗, 예수와 같은 성서의 주요 인물을 하나님의 사자라 인정합니다. 꾸란의 일부 대목에서는 유대교인과 기독교인들을 ‘책의 사람들’혹은 ‘경전의 사람들’로 호칭하며 칭찬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슬람교에서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하나님, 예수, 마리아를 섬기는 것으로 크게 오해하거나,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치 않고 마호멧을 예수를 능가하는 최고의 예언자로 보는 등의 중대한 차이점도 많습니다.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와 화해를 가로막는 큰 장벽의 하나는 이슬람교가 그리스도의 성서를 위조된 책으로 간주하는 교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즉 이슬람교에서는 하나님(알라)은 아브라함에겐 수흐프(Suhuf)를, 모세에겐 토라를, 다윗에게는 시편을, 예수에겐 복음서를 주셨는데 그 대부분이 분실되어 사라졌고 지금의 성서는 많은 부분이 왜곡되었다고 봅니다. 그리하여 마호멧에게 계시한 꾸란만이 가장 완전한 성서라 주장하며 그리스도교 성서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슬림들이 기독교의 성서를 읽으면 꾸란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질 텐데도 대개 마음 문을 굳게 닫고 있기에 거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점에 있어서는 기독교인들도 그리 다를 바 없습니다. 대다수 기독교인은 꾸란을 읽기는커녕 성서조차도 잘 안 읽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학자들 중에서도 꾸란을 읽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특히 현 한국교회는 이슬람에 대해 너무 무지한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두 종교 간의 충돌이 아닌 화해와 평화를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사도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올리브나무 접붙임의 비유를 들어 유대인과 이방인 신자의 관계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는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이 급증하는데 비해 대다수의 동족 유대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찌 이해해야 하는지 깊이 고뇌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유대인이었기에 많은 이방 신자들이 생각하듯 과연 이스라엘은 끝내 하나님께 버림받고 말 것인지 그 운명의 향방에 관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동족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고군분투해도 모자랄 판에 이방인 선교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그 자신에 대해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해명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바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하나님은 택하신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으로 이해 그들 대신 이방인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주셨다. 즉 이스라엘의 넘어짐이 이방인들의 축복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신다. 그들은 뿌리이고 이방 신자들은 접붙임 받은 가지다. 때가 이르면 하나님은 온 이스라엘을 반드시 구원하신다.”말하자면 이방 신자들이 유대인에 비해 하나님의 큰 은혜를 입었다고 유대인들을 업신여기며 우쭐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황송해 하며 유대인들처럼 주님의 내침을 당하지 않고자 더욱 힘써야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을 위한 경쟁

 사실 바울의 비유처럼 돌올리브나무 가지를 잘라 참올리브나무에 접붙이지는 않습니다. 그 반대로 돌올리브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도록 참올리브나무 가지를 가져다 접붙이는 법입니다. 하지만 바울은 지금 올리브나무 접붙임을 어떻게 하는지를 가르치고자 비유를 든 게 아닙니다. 그는 이 비유로 돌올리브나무 가지에 불과한 이방 사람들이 참올리브나무인 이스라엘에 접붙임 받아 구원의 백성이 되었고 그 뿌리에서 수액을 받아 누리고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아무리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뜻에 불순종해 엇나갔다고 해도 그들은 ‘성서의 원주민’에 해당합니다. 주님은 그들 조상과 맺은 언약을 생각해서라도 “이방인의 수가 다 차면”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실 것이라고 바울은 설명합니다. 유대교의 한 랍비가 기독교 신학자와 대화하며 현재의 유대교는 기독교의 부흥에 크게 자극받아 발전하였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실제로 유대인들은 오랜 민족의 수난을 겪으면서 신앙적 회의에 빠져 방황을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기독교인들이 자신들보다 더 하나님을 열심히 섬기는 모습에 자극받아 유대교 신앙의 발전에 힘쓰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가 이렇다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아브라함의 종교라 불리는 이 삼대 종교는 하나님을 섬기는 데 있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합니다.

18세기 독일 극작가 레싱은 『현자 나탄』이란 작품에서 유명한 우화 한 토막을 들려줍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성지 예루살렘을 차지하고자 각축전을 벌일 무렵, 예루살렘의 정복자 무슬림 장군 살라딘이 유대인 현자 나탄에게 묻습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가운데 어느 종교가 참된 종교인가?”이에 나탄은 다음과 같은 반지의 비유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어떤 사람이  그 반지를 끼는 사람은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신비한 반지 하나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반지는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물려주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들 셋이 있었고 그들을 동일하게 사랑하였으므로 반지와 똑같은 모조 반지를 두 개를 더 만들어 세 아들에게 각각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세 아들은 진품을 가려달라고 반지를 가지고 재판장에게 찾아가 판결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재판장은 판결을 유보한 채 진품 반지를 낀 자는 하나님과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하나님과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는 가짜 반지를 지닌 것이므로 각자 누가 그 사랑을 얻는지 노력해 보라고 했습니다(그닐카, 『성경과 코란』, 219쪽). 아브람의 삼대 종교는 모두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고 하나님의 자비로우심과 이웃사랑을 가르칩니다. 그렇다면 현자 나탄이 말한 반지의 비유처럼 어느 종교가 더 하나님의 사랑과 이웃을 더 사랑하고 섬기는지 행동으로 보이는데서 그 종교의 진정성이 판가름 날 것입니다. 예수님은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게 마련”이라며 나무는 그 열매로 알아본다(마 7:17-20)고 가르치셨습니다. 갈수록 종교 근본주의로 종교 간의 갈등의 우려가 커지는 이때에, 이 땅에 주의 평화와 화해의 복음을 심고 그 말씀대로 살고자 더욱 힘쓰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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