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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준우
2011/6/17(금)
기후전쟁은 벌써부터 종족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지구의 현실과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과학적 예언자들(7)  기독교사상 2011년 7월호


하랄트 벨처, “기후전쟁은 벌써부터 종족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김준우 (한국기독교연구소 소장)


1. 식량가격의 폭등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 것인가?

   
가난한 사람들, 특히 전 세계의 굶주리는 인구 15억 3천만 명과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13억 명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식량가격이 폭등하는 것이며, 가뭄이 더욱 심해져서 물이 더욱 부족해지는 현실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밀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75%, 옥수수는 77%가 올라서 글로벌 식량 위기로 인해 곡물 가격이 급등했던 2008년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튀니지, 이집트, 예멘, 시리아 등의 민중봉기 역시 러시아가 작년에 150년만의 가뭄과 산불로 인해 곡물생산이 40%가 줄어 곡물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하자마자 두 달 사이에 국제곡물시장에서 밀 가격이 60% 폭등한 것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중요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 호주, 남미, 러시아, 중국 등 세계적인 곡창지대가 가뭄과 홍수의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옥수수와 밀의 세계적 주산지인 미국 중서부 대평원은 긴 가뭄을 겪고 있는 반면에, 밀과 사탕수수 재배지가 몰려있는 호주 동부지역에는 3주 동안 계속 비가 내리는 대홍수로 밀 생산량의 50%, 사탕수수 생산량의 20%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콩과 옥수수 주산지인 남미 지역은 극심한 가뭄이 문제되고 있다. 세계 3위의 콩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올해 콩과 옥수수 생산이 각각 15%, 1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브라질 역시 콩과 옥수수 생산이 각각 20%, 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오늘날의 농업이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석유 고갈 사태 역시 곡물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친다. 이미 “60개국 이상에서 피크 오일이 나타났으며” 또한 천연가스 역시 2000년대 초부터는 “새로 발견되는 천연가스량이 실제 소비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식량부족과 관련해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으면서도 티베트 고원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어서 중국 정부의 2008년 발표에 따르면 “식량생산이 앞으로 50년 안에 1/3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둘째로 곡물 소비가 가장 급증하는 나라로서 전 세계 곡물 수입 1위 국가이며, 셋째로 가뭄과 사막화 그리고 홍수피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서 식량생산이 감소하고 있으며, 넷째로 지하수 고갈로 인해 2009년 현재 1인당 평균 수자원은 세계 평균 수준의 24.45%에 불과한 현실이며, 다섯째로 중국은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매주 하나씩 시동할 만큼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며, 마지막으로 중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곡물 수입처이기 때문이다. 중국 허베이성과 산둥성 등 중북부 곡창지대는 지난 2월초까지 300년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었는데, 6월 초에는 중남부 지역이 홍수를 겪었다. 중국은 콩 소비량의 85%를 수입으로 충당하는데, 2001년 1천만 톤에서 2010년 5700만 톤으로 다섯 배 이상 늘었으며, 사료용 옥수수 수입도 2009년에 비해 20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밀 수입도 2009년에 비해 올해는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중국처럼 육류소비가 늘어나 곡물 수요는 대폭 늘어나는 반면에 기후변화로 인해 곡물 생산은 줄어들면서, 세계 곡물 재고율은 2000-2001년의 30.3%에서 2010-2011년에는 19%로 낮아질 전망이다. 더군다나 미국처럼 옥수수 생산량의 40%를 바이오에탄올 연료로 사용하며, 유럽 유지작물의 절반을 바이오디젤 생산에 사용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을 빼앗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유틸리티(SUV)차의 기름탱크 100리터를 채우는 데 드는 240kg의 옥수수는 한 사람의 1년 식량이기 때문이다. 반다나 시바가 정확하게 지적한 것처럼, “차들이 달리도록 하기 위해 더욱 많은 토지를 전용하여 바이오 연료를 생산한다면, 전 세계적인 식량 재앙은 2년 안에 발생한다. 그러나 기후재앙이 발생하는 것은 20년 안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잘못된 해결책이 기후변화 자체보다 훨씬 더 빨리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기후변화가 2004년 성탄절 쓰나미나 2005년 여름 허리케인 카트리나처럼 결코 어떤 특정시점에 지나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이며 또한 해마다 더욱 악화되고 있는 재앙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기후변화가 더욱 심해질수록, 가뭄과 홍수만이 아니라 폭염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농경지 침수로 인해 식량생산은 줄어들게 되고, 식량가격이 폭등하면 식량폭동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쌀과 밀과 옥수수와 콩처럼 중요 작물에 대한 식량수출 금지조치를 비롯해서 식량확보를 위한 “식량의 무기화”와 분쟁이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후변화 시대는 “식량전쟁의 시대”이지만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25.3%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꼴찌 수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량전쟁”에 무방비 상태다. 특히 강대국들의 식량안보 정책이 식량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레스터 브라운은 중국이 최대 곡물수출국인 미국의 채권 9천억 달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식량수출을 금지시킬 수도 없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우선은 굶주림으로 내몰린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투쟁에 대해 기득권자들이 폭력과 야만으로 대응하는 현실이다. 독일 에센대학 문화과학연구소 부설 학제적 기억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하랄트 벨처는 2009년에 발표한 󰡔기후전쟁󰡕에서 세계에서 현재 진행 중인 71개의 폭력적인 환경 분쟁을 도표로 제시하고 있다(212-213쪽). 예를 들어, 열대우림을 파괴하면서 원주민들을 대규모로 추방하는 중에, 엘살바도르에서는 7만 명이, 과테말라에서는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 등이다.


   
▲ 코펜하겐에 모인 세계 시민들은 '기후변화 국제행동의 날'에 "부자 나라들은 기후변화의 빚을 갚아라(Rich countries pay your climate debt)"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2. “코펜하겐의 실패”를 넘어 “포스트 2012 협약”은 성공할 것인가?

인류 역사에서 이처럼 더욱 증폭되며 일상화되는 폭력과 야만의 현실을 생각할 때, 지구온난화 문제는 무엇보다 시간과의 싸움이며, 특히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의 88%를 배출한 주요 오염국가 20개국만이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들,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한국 등 모두의 정치적 합의와 실천에 달린 문제다. 특히 IPCC 4차 보고서(2007)가 근거한 과학 논문들(2005년까지 발표된 논문들)에 사용된 과학 자료들은 2002년까지의 낡은 자료들이며, 산유국 정부들까지 그 표현 수위에 합의해야 했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에 의한 온난화 상승 작용 전부를 계산에 포함하지 않은 채 온난화 영향을 낮게 잡은 매우 보수적인 보고서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인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정말로 촉박하다.

그 이유는 첫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IPCC가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2030년까지 매년 2.5% 증가)보다 2000년 이후 더욱 많이 증가하는(매년 3.2%씩 증가) 추세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류가 대기 중에 배출한 온실가스가 즉각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것은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바다와 숲과 토양이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바다가 산성화되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바닷말(algae)이 30~40% 사라짐으로써, 1990년대만 해도 인류가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60%를 흡수했던 바다가 2000년부터는 그 흡수 비율이 54%로 감소해서 결과적으로 더욱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물러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셋째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 소비가 또 다시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넷째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에 달하는 메탄수화물이 툰드라 지역과 해저에 약 5천 기가톤(GtC)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미 메탄수화물이 방출되는 “탈주 효과”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탈주 효과”로 인해 지구 기온이 최소한 섭씨 5도 이상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툰드라의 해빙과 바닷물의 온도 상승은 핵전쟁의 영향을 훨씬 능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치명적 “시한폭탄”으로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서부 시베리아 습지에만도 700억 톤의 메탄가스가 얼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가장자리가 2005년부터 녹기 시작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 연구소의 선임과학자 데니스 부쉬넬은 “이런 양성 피드백을 모두 고려할 경우,” 2100년까지 “섭씨 6도~12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모든 얼음이 녹게 되면 해수면이 70~80미터 상승하게 되며, 해류순환 패턴이 바뀌고 바다의 산소용량이 낮아져 수소황산을 만드는 박테리아를 촉진시켜, 수소황산은 상승하여 “오존층을 파괴하고 또한 숨쉬는 것을 다소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코펜하겐1
이처럼 촉박한 현실이라는 사실이 최근에 드러났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요 정부들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적 재앙들이 닥치기 전에 기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협상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들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 목표들은 첫째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보다 현재 섭씨 0.8도 상승했으며 그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에 오늘 당장 완전히 배출을 중단한다 해도 1.2~1.3도 상승하게 되는 현실에서, 앞으로 섭씨 2도 상승하는 것이 빠르면 2030년에 도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00년부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1조 톤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매달 20억 톤씩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추세로는 2030년에 섭씨 2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섭씨 2도 이내로 상승하도록 제한하기 위해서는 2010년 현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390ppm)를 비롯해서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를 모두 포함한 이산화탄소 등가량 455ppm CO2-e에 도달한 것을 최대한 450ppm CO2-e 수준으로 낮추어 안정화되도록 해야만 섭씨 2도 이내 상승을 위해 50%의 승산이 있다.

둘째로 그런 안정화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60~80%까지 대폭적으로 줄여야만 한다.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허용하면 미국은 배출량의 90%, 독일과 영국은 80%까지 줄여야만 한다. 셋째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배출량의 40%를 줄여야만 한다. 넷째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를 30% 줄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요 배출국들이 배출량 정점을 2015년 혹은 늦어도 2020년으로 잡고 그 이후부터는 배출량이 더욱 급격히 감소하도록 하기 위해 에너지 수요 부분만이 아니라 공급 부분에서도 과감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로는 인류 문명이 63~7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생존을 위한 최대의 관건이며 이 시대의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그래서 레스터 브라운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1990년 수준의 80%까지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 15)가 개최되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2일 수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2009.12.13

그러나 현재까지 선진국들 가운데 1990년 수준의 5.2%를 줄이기로 한 교토의정서(1997)의 2012년 삭감 목표를 달성한 나라는 유럽연합에 속한 몇몇 국가들 외에는 거의 없다. 그것도 주로 공해산업을 중국과 아시아로 이전한 탓이다. 어쨌거나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이 온실가스 의무 삭감에서 면제된 결과 10여 년 사이에 기후변화는 훨씬 악화되었다.

교토의정서가 끝나는 2012년 이후의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유럽연합과 일본과 러시아는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의 20~40% 감축을 제안했던 반면에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렐리아는 4~5% 감축을 제한함으로써, 결국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단지 정치적 합의문 채택에 그쳤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경단체들은 코펜하겐 회의에 대해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코펜하겐 회의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 처음으로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팀 플래너리의 계산에 따르면, 만일에 코펜하겐 합의문에 서약한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20년까지 달성한다면 2020년에는 48기가톤(GtC)을 방출하게 되는데, 온실가스 농도를 450ppm CO2-e에서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44기가톤(GtC) 이내로 방출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선진국들이 정한 목표치보다 1/3을 추가로 달성한다면 기후 안정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비록 코펜하겐 회의에서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선언한 것은 중요한 방향전환이지만, 그 회의 참가국들이 제시한 감축안은 지구 평균온도를 섭씨 3도 상승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선진국들의 목표치 자체가 기후를 안정화시키기에는 1/3이나 부족한 현실이며 또한 앞으로의 협약에서 구속력을 갖게 할 현실적 방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포스트 2012년 협약”도 교토의정서처럼 실제적인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그가 낙관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선진국들이 코펜하겐 회의에서 약속한 미화 1천억 달러를 통해 가난한 국가들의 삼림파괴를 줄이는 것과 더불어 온실가스를 훨씬 덜 배출하는 영농 및 목축방식(zero till)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협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해 조만간 다가올 엄청난 재앙을 고려하여 모든 국가들과 세계 시민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앤서니 기든스가 󰡔기후변화의 정치학󰡕(2009)에서 가장 역설하는 주장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한국의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많은 정부들이 “녹색분칠”(green-wash)을 통해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일반 대중을 현혹하는 방법”을 적극 지지함으로써, 촉박한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으며 리스크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앤서니 기든스가 그 책의 결론에서 지적하듯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리스크가 실제로 존재하며 또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일깨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3. 왜 기후변화는 영토분쟁과 종족학살을 촉발하는가?

그러나 최근에 기후가 붕괴하는 속도에 대해서는 기후과학자들 자신도 놀라고 있다. 예컨대 2005년까지만 해도 대다수 과학자들은 북극해의 얼음이 녹아 쇄빙선 없이 뱃길이 열리게 되는 것은 2030년이나 2040년에나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7년 늦여름에 그린랜드 서쪽에서 북극해를 지나 알래스카에 이르는 “북서 뱃길”이 완전히 열렸으며, 2008년 여름에는 “북서와 북동 뱃길이 동시에 개방되었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기후모델을 통해 예측했던 것보다 20~30년 앞당겨질 만큼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제 일부 과학자들은 북극해에서 늦여름에 얼음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얼음을 볼 수 없게 되는 사태가 빠르면 2013년에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급작스런 변화는 흔히 예상하지 못했던 분쟁을 촉발시키게 된다. 북극해의 경우 얼음이 덮여 있을 때는 과학적 연구를 위해 국제적인 협조가 이루어졌지만, 뱃길이 열리면서 어업권 문제만이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광물자원 채굴권 문제로 인해 영토 분쟁 등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즉 2007년 북극해의 해빙과 동시에 러시아의 국회의원 아써 칠링가로프는 잠수함을 타고 북극해 해저에 러시아 국기를 꽂은 후 “북극은 러시아 영토의 연장이다”라고 선언하자, 그 일주일 뒤 캐나다 수상 스티븐 하퍼는 북극해를 방문하고 “북서 뱃길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했다.

 더구나 2008년 7월에 미국 지질학 연구소(USGS)가 북극해 지역에 900억 배럴의 석유와 전 세계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천연가스 양의 최대 1/3이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자, 양국 사이의 영토 분쟁이 확대되어 러시아, 미국, 캐나다, 덴마크(그린랜드), 노르웨이 등 북극해 인접국가들 전체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유엔 해양법의 합의사항(1982년)을 준수하기로 합의했지만, 한스 섬의 소유권 문제를 비롯해서 200해리(NM)로 되어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이 서로 겹쳐지는 해역의 조정 문제 등 몇 가지 분쟁 요소들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이처럼 과학자들의 기후모델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는 북극해의 경우처럼 관련국 사이의 분쟁만이 아니라, 국내적인 갈등도 초래하게 된다. 기후변화는 폭염과 폭풍과 홍수, 가뭄, 식량난과 식수난, 해수면 상승과 대규모 환경난민을 발생시켜 생존 조건을 악화시킴으로써 식량폭동과 같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며 또한 계급과 지역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첫째는 식량과 식수 및 경작지와 관련된 분쟁이며, 둘째는 대규모 난민의 이주로 인한 분쟁이다. 하랄트 벨처의 지적대로, 기후변화는 새로운 폭력갈등을 불러일으키거나 기존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330쪽)는 말이다.

예를 들어 2005년 여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서부를 강타했을 때, 홍수가 난 직후부터 약탈행위가 시작되었으며 수재민들이 당시 피난처의 수용인원을 초과하자 폭력사태가 증가함으로써 당국은 전시사태를 선포하고 6,500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약탈자들을 사살할 권한을 부여한 후에야 비로소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57쪽). 이런 점에서 자연적 재난은 흔히 사회적 재난으로 연결되며, 기후변화 문제는 자연과학적인 대책만이 아니라 정치적 및 지정학적 대책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특히 극심한 식량난은 식량폭동으로 이어지며 대규모 환경난민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계속될 경우 사람들은 사회적 안정을 유지할 만큼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위적이며 전체주의적인 정부를 요청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지역과 국가들 사이의 잠재적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하랄트 벨처가 지적한 것처럼, “기후전쟁이 현재 존재하고 있다. 살인하고 죽고 피난 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330쪽)는 사실이다. 또한 기후변화의 일차적 희생자들이 다름 아니라 기후변화에 가장 책임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방글라데시의 기후과학자 아티크 라만(Atiq Rahman)은 “기후 종족학살”(climatic genocid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보면, 1년에 20톤 이상을 배출하는 미국인은 중국인에 비해 거의 7배, 인도인에 비해서는 10배나 많은 가스를 배출하는데, 그 일차적인 피해는 방글라데시와 아프리카 등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입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 종족학살”이라는 용어는 타당하다. 세계의 부유한 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후 종족학살”을 자행하는 방식은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후전쟁에 적극 개입하여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거나 혹은 이해관계가 없을 경우에는 개입하지 않은 채 방관하는 방식, 그리고 기후난민들을 구출하지 않거나 본국으로 추방하거나 혹은 자국 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막거나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근과 대규모 아사 상태에 내몰린 이 희생자들은 단순히 앉아서 학살당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들은 식량과 경작지와 같은 생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폭력까지 사용하여 이웃을 공격하게 되는 반면에, 기득권자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경찰과 군대와 같은 공권력을 동원하기 때문에 결국 지역, 계급, 종족, 국가들 사이에 폭력적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폭력적 충돌이 장기화되어 권위주의 체제가 등장하면 시민들 전체의 생명권보다는 지배층의 배타적인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며, 국지적 충돌이 국가 사이의 전쟁으로 확대되면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대책, 즉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군부 매파와 군산복합체들의 주도 아래 새로운 냉전체제로 돌입할 경우,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국제적 공조 가능성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4. 지구 온난화는 어떻게 세계 곡창지대를 위협하는가?

이런 “기후 종족학살”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식량난과 환경난민의 문제로 인해 촉발될 폭력사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팀 플래너리, 일 예거, 마커 마슬린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20년 넘게 프리랜스 저널리스트로서 국제 문제에 관해 글을 써왔던 구윈 다이어(Gwynne Dyer)는 기후변화에 관한 많은 자료들을 검토하고 학자들을 인터뷰한 후에 2010년에 발표한 󰡔기후전쟁󰡕(Climate Wars)에서, 우리가 기후변화와의 시간 싸움에서 “그 사선(deadlines)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만일 우리가 15년 전이나 10년 전에만 기후변화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아마도 기회는 있었을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다”고 단언한다. 그가 이렇게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우선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생산의 감소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최근에 리딩 대학교의 연구진이 쌀 품종 가운데 가장 널리 재배되는 인디카(indica)와 자포니카(japonica)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개화기와 수정기에 섭씨 35도 이상의 기온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면 대체적으로 곡식이 여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필리핀에서의 실험 결과 생장기에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수록 쌀 생산량이 15%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곡창지대의 토양 습도가 줄어드는 건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큰 사막들은 북위 25도 부근(사하라 사막, 아라비아 사막, 인도 서부와 남부 파키스탄의 타르 사막, 미국 남서부 사막)과 남위 25도 부근(칼라하리 사막, 오스트렐리아 사막, 페루와 북부 칠레의 사막)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것은 적도 지방에서 상승한 덥고 습윤한 대기층이 열대성 호우로 변하여 쏟아지고 나면 그 상층부를 채우는 차고 건조한 대기층이 또 다시 지표면에서 상승하는 덥고 습윤한 대기층에 밀려나 북위와 남위 25도 부근에서 하강하여 지표면을 덥고 건조하게 만들어 사막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해들리 순환(Hadley cells)이라 불리는 이 중위도 고압대가 온난화로 인해 더욱 강력해지고 확대됨으로써, 사막들보다 위도가 조금 더 높은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전 세계의 곡창지대에서 점차 강수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전 세계적인 지하수의 고갈 때문이다. 1945년 이후 관개농지는 세 배로 늘어났는데, 새로운 강이 발견된 때문이 아니라 모두가 수백만 년 동안 채워진 지하수를 퍼올려 사용한 탓에 지하수가 고갈되었다. 넷째로, 유전자조작(GM) 식물들은 병충해에 저항하도록 조작된 것들이지 가뭄과 염분에 저항하도록 조작된 식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기후전쟁1-다르푸르난민촌



5. “기후전쟁의 종족학살은 이미 시작되었다”

최근의 “기후 종족학살”의 대표적 사례가 수단 서부 다르푸르의 내전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지역이 확대되고 물이 부족해지자 수단에서는 1970년대부터 유목민(아랍계)과 정착 농민들(아프리카계) 사이에 갈등이 생겨났는데, 1984년의 파국적인 대가뭄 이후 지난 20년 동안 강수량이 1/3이나 감소하자 수천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광범위한 인구 이동이 벌어졌다.(35, 131쪽)

1972년 이후 2001년까지 북부, 중부, 동부 수단의 숲 중에서 2/3가 사라졌으며, 서부 다르푸르에서는 1/3이, 남부 수단에서는 최근까지 40%가 사라졌고(137쪽), “자국 내에서 난민이 된 사람들”이 500만 명이나 생겨났다. 결국 오랜 가뭄으로 인해 1980년대부터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차드 호수가 마르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대거 수단으로 이주했으며, 목초지가 사라지자 유목민들은 물이 남아 있는 남부지역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농민들은 자신들의 농지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 유목민들의 접근을 막았고 또한 농사를 짓기 위해 야생 초지(잡초)를 불태우는 습관 때문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게 되었다.

2003년에 아랍계 민병대가 다르푸르 마을을 습격함으로써 시작된 이 충돌로 인해 20만~50만 명이 살해되었으며, 250만 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더구나 수단 중부와 남부에는 30억 배럴에 달하는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하루에 약 52만 배럴이 채굴되고 있는데, 중국은 수단 국영석유개발사의 지분 40%를 갖고 있어 수단 원유의 2/3가 중국으로 수송되기 때문에, 중국은 수단의 군사정권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1억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제공했으며 유엔 평화유지군의 파견을 지연시켰다. 현재 수단의 내전은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 차드와 리비아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도 유엔 평화유지군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파견 결정이 너무나 늦어진 것이다.

석유와 같은 자원에 대한 강대국들 사이의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른 계산과 달리 자원이 없는 지역에 대한 강대국들의 무관심은 1994년 르완다에서 후투 족이 단 3주만에 투치 족 80만 명을 죽이는 현실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 여념이 없어서 개입하지 않았다. 당시 르완다에 주둔하고 있던 유엔군의 로미오 달레어 장군이 통탄했던 것처럼, 1500명의 병력만 투입했으면 백만 명의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특별한 자원이 없는 르완다의 야만적 종족학살 사태에 대해 서구 세계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대해 당시 영국과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영국은 아돌프 아이히만으로부터 헝가리 유태인 100만 명을 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제안을 받았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관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 다르푸르내전


6. “현재의 아프리카 난민 사태를 보면 인류의 미래가 보인다”

기후변화가 “종족학살”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보여주는 최근의 또 다른 사례는 리비아 난민들을 비롯한 기후난민들의 현실이다. 지난 3월 말에 리비아 난민 70여 명이 트리폴리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다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보름 넘게 표류하다 대부분 숨졌으며, 5월 중순에는 또 다른 난민 600여 명을 태운 선박도 침몰하여 전원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6월 초에도 또 다시 배가 침몰하여 리비아 난민 200~270명이 숨졌다. 장거리 항해에 적합하지 않은 선박을 이용해서 너무나 많은 난민들이 유럽으로 밀입국하려 시도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난민들을 외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들이다.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는 해상을 통해 리비아를 탈출한 난민의 10%인 1200명이 탈출 도중 지중해에서 익사하거나 기아와 피로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랄트 벨처는 󰡔기후전쟁󰡕에서 전 세계 기후난민의 문제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에 따르면, 리비아에는 약 50만∼1백만 명이 정당한 체류 자격이 없이 체류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밀항할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2005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럽연합 접경해안에서 약 6,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추산하고 있다.”(245쪽) 특히 폭이 13km 정도인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해변으로 밀항하려던 난민들 가운데 2006년에만도 대략 3천여 명이 중간에서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29쪽).

유럽연합은 유럽 공동의 국경경비 대책을 수행하기 위해 2004년에 ‘프론트엑스’라는 기관을 세우고, “20대 이상의 항공기와 거의 30대의 헬기와 100척 이상의 함정”(250쪽)으로 난민들의 밀입국을 감시하고 있다. 한편 매년 수백 명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도중에 사망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은 국경 경비를 위해 8,000대 이상의 트럭, 260대의 항공기와 200척의 배, 6대의 무인항공기를 투입해서(256쪽) 감시하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경수비대는 심지어 구멍난 난민보트를 공해상에서 돌아가도록 만들며, “난민들을 물도 식량도 없는 섬에 내려놓거나 그냥 익사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 추산에 따르면, 현재 기후난민은 2억5천만 명이지만 2050년에는 5억에서 20억 명 사이가 될 것이다(155쪽). 결국 선진국들은 식민지 지배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서 생겨난 기후난민들에 대해 “더 이상 난민의 보호가 아니라 난민으로부터 (자신들의) 보호로 인식함으로써” 도덕성을 내팽개쳤을 뿐만 아니라 “기후 종족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랄트 벨처는 이런 난민들의 현실을 통해 “인류의 미래가 보인다”(35쪽)고 말한다.

   


7. 전략가들이 예상하는 2040년의 기후변화와 안보 문제

20세기의 탁월한 경제 이론가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의 결론 부분에서 인류 사회는 조만간 인구 폭발과 식량 부족, 환경 파괴로 인해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약소국가들이 핵무기를 개발하여 선진국들을 위협하게 될 것이며,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심해질수록 시민들은 질서 유지를 위해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파시즘 체제를 요청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던 것이 1975년이었다. 당시에 그는 기후변화 문제는 고려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전망처럼 오늘날 식량난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어 소말리아, 차드, 수단 등 “폭력적인 국내적 분쟁과 사회학적 몰락”으로 인해 이미 국가의 기능이 마비될 정도가 된 “실패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Foreign Affairs)이 12개의 사회, 경제, 정치적 지표들에 근거하여 분석한 “실패 국가들”은 2005년에는 7개 국가였으나, 2006년에는 9개, 2009년에는 14개, 2010년에는 15개 국가였다. 그 가운데 파키스탄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북한은 개발 중에 있다. 하랄트 벨처에 따르면, 세계 인구 가운데 현재 20억 명이 실패 국가에 살고 있다(140쪽).

따라서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안보 문제와 연결시킨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07년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기후변화를 의사일정에 포함시켰다. 2012년 발표 예정인 IPCC 5차 보고서 작성 준비를 위해 2010년 6월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가 개최한 회의 주제가 “기후변화와 안보”였으며, IPCC 5차 보고서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영향과 특히 안보적 위협에 대한 하나의 장을 추가할 것”(373쪽)이라고 한다. 특히 세계의 국방 전략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안보 위협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의 국방부는 2006년에 󰡔2007-2036년 지구 전략 추세 프로그램󰡕을 통해 농업 생산의 감소와 곡물가격 상승이 초래할 전 세계적인 경제적 및 정치적 혼란을 분석했지만, 이것은 IPCC의 2001년 보고서를 기초자료로 삼은 것이었다.

한편 미국은 조지 부시 정권이 출범한 2001년 이후 2006년 말까지 기후변화를 완전히 부인해왔다. 그러나 2007년 3월에 미 육군 전쟁대학은 “기후변화의 국가안보적 의미”를 주제로 이틀 동안 회의를 열었으며, 해군을 비롯한 국방업무의 연구 업무를 맡고 있는 CNA 코퍼레이션은 2007년 4월에 󰡔국가안보와 기후변화󰡕(National Security and Climate Change)라는 작은 보고서(62페이지)를 발표했다. 또한 2007년 11월에는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새로운 미국안보센터(CNAS)가 공동으로 󰡔결과의 시대: 지구적 기후변화의 대외정책과 국가안보적 의미󰡕(The Age of Consequences: The Foreign Policy and National Security Implications of Global Climate Change)를 발표하고 정보위원회에 그 내용을 브리핑했다.

그 집필자들은 국방과 대외정책 및 정보분야 전문가들이며, IPCC 4차 보고서를 토대로 하여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2040년의 기후변화 상황이 국제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분석한 것이다. 우선 온건한 시나리오(A1B)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이 1990년 수준보다 섭씨 1.3도 상승할 경우, 북반구 대륙의 고위도 지역은 섭씨 4~5도 상승할 것이며, 폭풍과 해수면 상승(0.23미터)으로 인해 남부 아시아 지역에서 수천만 명의 난민들이 발생할 것이며, 대규모 가뭄으로 인해 중남미, 아프리카, 미국 남서부에서 난민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IPCC 4차 보고서가 양성 피드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좀더 “심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1990년 수준에 비해 섭씨 2.6도 상승할 것이며, 그린랜드와 서남극 빙상이 녹아 해수면은 0.5미터 상승할 것이지만 훨씬 강력해진 폭풍으로 인해 뉴욕, 로테르담, 봄베이, 샹하이, 런던과 같은 저지대 항구도시들과 농경지가 침수되기 시작할 것이며, 난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어업은 남획 때문만이 아니라 산호초 백화 현상과 바다 산성도가 높아져 상당부분 무너질 것이며, 캘리포니아 중앙 계곡의 경우 강물이 말라버려 농업이 거의 붕괴될 것이며, 미시시피 서부 지역의 경우도 강수량이 급감하여 마찬가지로 붕괴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서부와 동부 해안, 서북부 해안의 농경지를 통해 2050년경 4억 명에 도달할 미국인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곡물수출국이 되지 못할 것이며,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캐나다 등지에서만 여분의 곡식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섭씨 2도가 상승할 경우, 만주 지역에는 여전히 적당한 강수량을 얻을 것이지만, 밀 주산지인 화북의 평야지대는 몬순이 약화되어 가뭄이 심해지고 황하 강 역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쌀 주산지인 양쯔강 이남 지역은 티베트 고원의 빙하가 사라지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반면에 시베리아 지역은 섭씨 5~6도 상승해도 농업생산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이 시베리아로 이주하려 할 것이며, 이런 집단 이주 문제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핵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윈 다이어가 󰡔기후전쟁󰡕애서 제시한 구체적인 시나리오의 예를 들자면, 2013년에는 폭풍으로 인해 나일 델타 대부분이 침수하여 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며, 2015년에는 폭염으로 인해 미국 중서부에서 7만5천 명이 사망하며, 2016년에는 양쯔강, 메콩강, 살윈강, 브라맙푸라강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며, 2017년에는 석유가격 폭등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석유 수입량이 급감하여 2세대 바이오 연료로 대체될 것이며, 석유는 비료와 살충제, 플라스틱과 합성고무를 만드는 석유화학공업에만 사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2010년대 말에는 나이지리아와 이란에서 유혈혁명이 일어나 석유수출을 통해 축재한 지배층을 처단할 것이며, 2020년대 초에는 미국 중부와 멕시코 남부의 농업이 가뭄으로 붕괴될 것이며, 방글라데시는 태풍으로 해마다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가난한 국가들이 당한 재난에 대해 별다른 원조를 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파국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절망적 판단 때문에, 기후와 열대우림 보호를 위해 지지부진하게 끌어가던 국제 협상은 결렬되기 시작할 것이다.

2020년까지 아마존과 콩고의 열대우림을 제외한 모든 열대우림이 사라질 것이며, 2030년에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1/3이 화재로 인해 소실될 것이다. 또한 걸프 지역 국가들이 석유수출로 인한 국가경제가 붕괴된 후, 사하라 사막에 건설된 유럽의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들에 대해 테러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그리고 2055년에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4도 상승하면 미국은 섭씨 7도 상승한 생지옥이 되어 식량부족을 겪게 되며, 미국인들 중에 1500만 명이 기후난민이 될 것이다.


8. “이미 늦었다” 아니면 “앞으로 10년 간의 기회가 남았다”

이런 시나리오처럼 기후변화의 양성 피드백이 빠르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현재 사람들은 “이미 늦었다”고 판단하거나, 아니면 “앞으로 10년 간의 기회가 남았다”고 판단한다. 인류에게 남은 기회를 위해 미 항공우주국의 선임과학자 데니스 부쉬넬이 제안하는 것은 첫째로 옥수수와 콩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가 아니라 바닷말(algae)과 바닷물에 적응한 염생식물(halophytes)을 이용해 보다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바이오 연료, 둘째로 지열, 셋째로 태양열, 넷째로 풍력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다.

엑손 모빌조차도 2009년에 바닷말을 이용해 바이오 연료로 만드는 사업에 6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풍력과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2008년에만 1400억 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또한 스웨덴은 탄소세를 도입하여 이미 “1970년부터 1990년 사이에 산업과 에너지 생산 부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1/3 정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독일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뉴질랜드 역시 2025년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며, 노르웨이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이며, 코스타리카는 2007년 한 해 동안에 약 5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2021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2008년에 “기후변화법”을 도입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기준으로 80% 감축할 목표를 법으로 정해 놓은 상태다. 에너지의 69%를 석탄에서 얻는 중국조차 2020년까지 에너지의 15%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할 목표를 세웠다.

이처럼 솔선수범하는 국가들의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앤서니 기든스는 한편으로 인류 문명의 자기파괴성을 인정하여, 기후변화로 인해 “대량살상무기가 동원되는 대규모 충돌 가눙성도 현존한다”고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냉전시대에 군비축소 합의를 이끌어냈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이 매년 “에너지 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중요 오염국가들로 이루어진 국제기구”를 시급히 만들 것을 제안한다. 그는 미국보다 유럽연합의 선도적인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하랄트 벨처는 인류 역사의 경험, 특히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독일인들의 동의와 지지에 비추어, “우리-집단과 그들-집단”으로 나누어 무조건 “그들-집단”을 제압하기 위해 “이전에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을 법한 그런 급진적인 해결책들로 기우는 경향”(366쪽)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할 난민들, 즉 “이미 가진 자들의 복지와 안전 욕망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사람들의 상당수가 죽음에 이를 것”(366쪽)이라고 현실주의적으로 전망한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가 국가간의 정의 문제일 뿐 아니라 세대간의 정의 문제이기 때문에(240쪽),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정치적 지향점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사회의 지배층이 경제성장 전략을 “가장 합리적 전략”으로 간주하며 또한 “이 전략은 결코 도덕적인 딜레마도 제기하지 않기”(335쪽) 때문에, “결국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희망하는지를 결정하기 전에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추구할 수는 없는 노릇”(351쪽)이라고 생각한다. 즉 국가의 정체성을 새롭게 설정하지 않은 채 “우리-집단”과 “그들-집단”으로 나누어 처리하는 익숙한 전략을 지속한다면, 서구 문화는 “기껏해야 앞으로 2~3 세대나 유지될 것이다”(366쪽)이라는 것이 기후전쟁에 대한 그의 파국적 결론이다.

 
   
▲ 2005년 12월 3일 기후변화대응 국제 공동행동의날 시위


9. “기독교 파시즘”의 등장과 평화운동

결국 기후전쟁을 일으키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전환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며, 그 비용도 매년 GDP의 1~2%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조차 섭씨 2도 상승한 세상만큼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전환을 방해하는 것은 국내적으로 에너지 재벌들의 이해관계이며, 국제적으로는 공정성에 대한 집착과 협소한 국가 이익에 대한 집착이다. 그리고 2016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에 이를 것이며, 이 수준은 결국 해수면을 25미터 상승하도록 만들 것이며, 중국 인구 2억5천만 명을 내륙으로 이동시킬 것이다. 기후전쟁 시대는 그만큼 국가의 정체성과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적 계획을 필요로 한다.

한편 구윈 다이어는 2040년대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파국적이며 복합적인 기후재앙들을 목격하면서 더 이상 과학기술이나 정치를 통해서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하게 된 현실에 절망하여, 극단적인 종교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즉 “탈레반”과 비슷한 호전적인 종교분파들이 등장하여 모든 재앙을 “분노하신 하나님의 징벌”로 설명하며, “타자들”에 대해 배척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며, 이런 종교적 강경파들이 의회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크레인 브린튼이 󰡔혁명의 해부󰡕에서 밝힌 것처럼, “공산주의, 나찌즘, 파시스트들이 온건파들을 이기고 성공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이룬 것이 아니다. 그 모두는 소수의 훈련받은 광신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더군다나 김상봉 교수의 말처럼 “사회적 진보를 거부하는 영원한 수구적 정신의 온상”인 교회 안에서 기독교 우파들의 파시즘이 정치세력으로 결집하면서 “우리-집단”과 “그들-집단”을 구분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타자들에 대한 경멸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현실이다. “한 분 하나님” 안에서 모든 인류와 피조물들이 서로 형제자매로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깨달음에 근거해서 기독교의 우익 파시즘과 반지성주의를 극복하는 과제와 예수의 비폭력 정신에 입각한 평화운동을 구체화하는 과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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