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광열
2010/11/13(토)
돈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외국인보호소  
돈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외국인보호소
[시사비평]
2010년 11월 12일 (금) 10:52:48 이광열 .

엊그제(11월8일) 베트남 이주노동자 꾸안 씨의 시신은 한 줌의 재가 되어 한국 땅을 떠났다.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한 영세공장에서 일을 하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출입국 단속반을 피하려다 4미터 높이 창문에서 떨어져 숨졌다. 작년 8월 결혼한 그에게는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4개월 된 딸이 있다고 한다.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겨를도 없이 유족들은 회사에서 지급한 2천만 원의 위로금을 받아들고 서둘러 이 땅을 떠났다. 먹먹한 가슴을 추스를 새도 없이 유골을 끌어안고 출국길에 올랐을 유족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외국인보호소는 강제단속에 등 떠밀려 이 땅을 떠나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곳이다. 좌절된 수많은 ‘코리안 드림’들이 이곳에 들어와 분노와 서러움을 삭히며 떠나갔을 것이다. 대부분 보름 이내에 추방되지만, 1년 넘게 재판도 없이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장기구금자들도 있다. 이들은 ‘난민신청’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고통을 참고 견딘다. 지난 9월 7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장기구금 이주노동자들을 만나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을 적으려 한다.(나는 좀 더 빨리 이 이야기를 썼어야 했다.)

콩고에서 온 불라 마르셀 씨는 2007년 1월부터 이곳에서 4년 째 수감 중이다. 그는 내전 중인 콩고민주공화국 지역 부족장의 아들이라고 했다. 부족 간 갈등 때문에 부모를 잃었고 천신만고 끝에 한국으로 왔다. 다시 돌아가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대법원에서도 난민신청이 기각되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곳에서조차 머무를 자격이 없다. 출입국 당국은 어떻게든 빨리 강제추방하기 위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공항까지 끌고 같지만 본국으로 갈 수 없다며 완강하게 저항한 끝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난민 인정’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모진 구금생활을 하는 동안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눈이 안 보여 책도 읽을 수 없어요! 심장도 답답하고 안 좋아요. 무릎이 너무 아파요’ 고통을 호소하는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온 아비드 칸 씨는 작년 9월에 이곳으로 끌려왔다. 그의 고향은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대다. 미국 침공으로 빚어진 아프카니스탄 전쟁의 참상은 이곳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살기위해 한국행을 선택했지만, 비자 문제 때문에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끌려왔다. 아비드 칸 씨도 건강이 안 좋긴 마찬가지였다. 운동부족과 입에 맞지 않는 식사 때문에 몸이 비대해져 배에 종양이 생겼고 관절염까지 심하게 앓고 있다. 배에 있는 종양은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소에서는 본인이 비용을 대지 않으면 절대 치료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인도에서 온 하린더 싱 씨(56)는 화성보호소에 수감 돼 있는 이주노동자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다. 그의 고향은 펀잡이고 인도 내 소수종교인 시크교 신자다. 인도경찰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그의 가족을 ‘테러리스트’로 몰아 탄압했기 때문에 그의 아들은 지금 인도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인도로 돌아가면 그 역시 구속될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끌려오자마자 난민신청을 했다. 면회실에 들어선 그를 보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고 왼쪽 팔을 들지도 못했다.

   
▲ 지난 5일 '베트남 이주노동자 죽음으로 내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규탄 기자회견'에서미셸 이주노조 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출처 - 노동과세계(이명익)


이곳엔 중국 정부의 탄압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난민신청을 한 파룬궁 수련생도 5명이나 된다. 평소에 기체조로 꾸준히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는 분들이라 건강상태는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당국으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 우리를 경계하면서 말을 조심하는 빛이 역력했다. 전국에 있는 외국인 구금시설에서 ‘난민신청’ 때문에 발이 묶인 채 죄 없이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 수감자들의 처우는 출입국관리법의 하위 법령인 ‘외국인보호규칙’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인권과 직결되는 조항들은 대부분 애매모호하게 돼 있는데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과 마찬가지로 소장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고 있다. 규칙에는 소장이 ‘보호 외국인’의 건강과 위생을 책임지도록 규정해 놓았다. 외부병원 진료와 관련해서는 “보호시설 안의 의료설비ㆍ의약품 및 인력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가진 보호외국인이 자비로 외부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고자 요청하는 경우에는 병이나 상처의 정도와 도주 우려 등을 판단한 후 이를 허가할 수 있다”(동 규칙 제21조2항)고 돼 있다. 시설 안에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가지고 있지만 자비가 없어서 진료를 요청하지 못하는 ‘보호 외국인’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건강조차 챙겨주지 못하면서 누구를 어떻게 ‘보호’해 준다는 건가?

형집행법에는 재소자들에게 매일 1시간 이내의 운동시간을 보장하도록 돼 있지만 ‘외국인보호규칙’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화성에서는 일주일에 이틀, 15분 정도밖에 운동을 시켜주지 않는다. 아예 운동시간이 없는 곳도 있다. 형집행법에는 독거수용을 원칙으로 정해놓았지만 여기에는 그런 규정도 없다. 전염병자가 아니면 독거실은 사용할 수 없고 집중단속기간에는 서 너평 남짓한 방안에 20여명을 수용하기도 한다. 세탁시설도 없는 곳이 많아 침구나 의류의 위생 상태도 극히 불량하다. 규칙에는 음식물을 제공할 때 국적국의 관습을 고려하도록 돼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기 수감돼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금세 건강이 나빠지고 질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답답한 마음에 소장실을 찾아갔으나 ‘만날 이유가 없다’며 나가라고 한다. 너무 화가 나서 ‘보호 외국인이 죽어가고 있는데 뭐하는 거냐’고 큰 소리 한 번 쳤더니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끌어낸다. 수감자들을 이리 방치해놓고도 ‘국민여론’을 핑계대면서 당연하지 않느냐고 대답하는 그들에게서 인간다운 구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권연대>와 협의해 '목에 가시'에 게재된 칼럼을 동시에 싣습니다.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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