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솔샘교회 오신분들을 사랑합니다.






이름: 행인
2011/7/21(목)
고백만 늘어놓고 행하지 않으니 예수 냄새 안 난단 말 듣지요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목사님은 그리스도인인가?” 청파교회(서울 용산구 청파동) 김기석(55) 담임목사는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단추를 끼울 차례였다.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찾는가?” 김 목사가 대답했다. “한스 큉이라는 독일 신학자가 『왜 그리스도인인가』라는 책을 썼다. 분량이 방대했다. 그러나 결론은 짧았다. ‘참으로 인간이고자.’ 그게 답이다.”

 18일 서울 용산 철길 옆 커피숍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그는 ‘젊은 목회자들의 영적 멘토’로 통한다. 최근 『일상순례자』(웅진뜰)도 냈다. 김 목사는 거룩함·경배 같은 크고 묵직한 단어를 고르지 않았다. 일상이란 두 글자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말했다. “참으로 인간이 되고자, 나는 일상을 순례한다.”

김기석 목사가 18일 서울 용산의 철로를 걷던 중 뒤를 돌아보고 있다. 그는 “우리의 일상이야말로 그리스도를 만나는 숨 쉬는 통로”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리스도를 만나는 비밀 통로, 그게 우리의 일상인가.

 “그렇다. 그걸 위해 우리는 살아있는 씨앗이 돼야 한다. 사람들은 ‘내가 큰 씨앗인가, 작은 씨앗인가’만 따진다. 그게 아니다. ‘ 산 씨앗인가, 죽은 씨앗인가’ 를 따져야 한다.”

 -산 씨앗이 되려면.

 “세상의 반(反)기독교인들은 ‘너희에게서 예수 냄새가 안 난다’고 비판한다. 정확하게 본 거다. 교회 내부에서 아무리 ‘나는 이런 사람이다’고 규정해도 의미가 없다. 외부에서 보는 게 객관적인 거다. 왜 그런 말을 듣는 걸까.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에게선 예수 냄새가 좀 나야 한다.”

 -예수 냄새가 나려면.

 “크리스천은 ‘예수는 나의 길’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끝이다. 고백만 하고 길은 안 걷는다. 그 길은 나의 외부에 있고, 나와 상관이 없고, 나의 길이 아니라고 여긴다. 예수가 선택한 길은 십자가다. 십자가는 자기 부정이고, 자기 지움이다. 힘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백만 하고 길을 가진 않는다. 그러니 예수 냄새가 나겠는가.”

 -예수 냄새가 나는 것, 그게 신앙생활인가.

 “그렇다. 신앙은 고백이다. 뭘 고백하나. 사랑의 하나님을 고백하는 거다. 그 고백을 나의 삶으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게 생활이다. 고백을 삶으로 옮기는 것, 그게 ‘신앙+생활’, 즉 신앙생활이다.”

 -나의 고백이 나의 삶이 되려면.

 “얼마 전 어떤 목사님과 식당에 갔다. 경건한 목회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야! 이리 와!’ 하며 종업원을 막 대하더라. 물 한 잔 시킬 때 어떤 언어를 쓰느냐, 신앙은 거기서부터 나온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갖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한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서 어떻게 하나님을 존중할 수 있을까.”

 -일상의 신앙생활을 더 풀면.

 “가령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무거운 짐을 든 채 올라오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그래도 가서 ‘무거우시죠. 들어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어본다. 아주머니가 떠난 뒤에도 ‘저분이 짐을 들고 무사히 집에 갈 수 있게 하소서’하고 짧은 기도를 한다. 그럴 때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겠습니다’라는 고백이 비로소 삶이 된다. 나의 고백이 나의 삶이 되는 거다. 그게 일상을 순례하는 거다.”

 -일상의 순례, 그게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열쇠인가.

 “그렇다. 순례란 자기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가는 거다. 크리스천의 뿌리는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이다. 오늘의 내가 하나님의 형상다운가, 우리는 그걸 물어야 한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이다. 사람들이 나를 통해 하나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런 감동을 자아내는 사람이 있다. 하나님의 현존을 상기시켜주는 사람이 있다. 자기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가는 이들이다.”

 -‘뿌리’보다 ‘성장’을 좇는 목회자도 많다.

 “가장 슬픈 것은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가 배반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이 욕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삶을 연주하면서 우리가 기준음(基準音)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음이라니.

 “예수의 말씀이 기준음이 돼야 한다. 나의 삶을 거기에 맞춰서 조율하는 거다. 기준음을 놓쳤을 때는 ‘아, 내가 어긋났구나’를 알아차리고 다시 기준음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꾸로 연주를 한다. 나의 욕망을 기준음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성경 속 말씀을 나의 욕망에 맞춰서 조율한다. 주객이 전도된 거다. 거기에는 행복이 없다. ”

글=백성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기석 목사=목회자이자 문학평론가. 감리교 신학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부터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있다. 성경에서 길을 찾고, 고전과 문학에서 삶을 되짚는다. 젊은이와 네티즌 사이에서 ‘추천 설교’하면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올라간다. 목사가 목사들의 설교를 비평해 화제가 됐던 『꽉 찬 설교, 속 빈 설교』(정용섭 지음)에도 ‘김기석 목사의 설교’가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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