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솔샘교회 오신분들을 사랑합니다.






이름: 감꽃
2010/8/16(월) 00:26 (MSIE8.0,WindowsNT5.1,Trident/4.0,InfoPath.2) 211.189.190.252 1024x768
솔샘교우들, 낭도를 가다.  
금요일의 수상하던 날씨는 비꼬리만 길게 남기고 물러가 주었다.
여행 가서 먹는 일로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최대한 간단하게 준비하자 했으나 우리가 챙긴 짐에는 먹을 게 넘쳐났다. 서로를 챙겨주려는 교우들의 마음이 음식으로 승화(?)된 풍경이었다. 예상외로 많아진 짐과 꼬맹이들을 포함하여 총 15명이 쾌속선에 탑승하여 낭도로 출발!

바다 한 가운데 그림처럼 서 있는 작은 섬들에 마음을 빼앗기던 찰나 고고한 자세로 바닷바람을 맞던 갈매기 일행을 만났다. 수십마리의 갈매기가 모두 한 방향으로 서 있었는데, 믿을 만한 소식통(봄길님)에 의하면 갈매기들이 바닷바람에 깃을 말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럴 듯도 하고, 무엇보다 갈매기가 직접 봄길님께 전했다니 의심은 금물. 날개가 없는 우리는 아쉬운대로 머리카락이라도 바닷바람에 말려보자 싶어 갈매기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보았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그림엽서다.
낭만에 빠져 있기엔 조금 짧은 20여분.. 낭도에 도착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밤하늘님 어머님과 인사를 나누고 리어커에 짐을 실어 옮겼다. 어귀마다 오래된 우물이 있는 골목을 지나 도착한 밤하늘님 집은 '낭도의 유지' 답게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댁은 누구시냐고 까닥까닥 흔들리던 꽃들, 평상 가득 얹어진 실한 고추, 바닷바람에 따라 춤을 추며 심심함을 달래던 빨래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여기는 낭도다.

도착예배를 드리고, 간단히 준비한 점심을 먹으려는데, 어머님이 막 분주해지셨다. 무얼 챙겨 먹이고 싶으신 마음 때문이다. 영 초라한 우리의 식단(컵라면, 주먹밥)에 어머님이 준비해주신 콩물 우무묵과 시원한 수박이 더해지니 풍성해졌다. 수련회 첫 끼니부터 배를 두드리며 먹다니.. 쌓여있는 과일 상자를 보며 우아하게 과일만 먹자던 여성 교우들은 콩물 우무묵 앞에서 과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밤하늘님 아버님(이하 장로님)과 어머님(이하 권사님)은 콩을 뽑으러 가시고, 우리는 낭도 중학교 앞에 있는 해변으로 갔다. 콩뽑기를 도우려 했으나 과거 낭도 중학교 전교 일등의 총기를 자랑하던 밤하늘님이 콩밭 위치를 갑자기 까먹게 되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손님에게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은 밤하늘님의 선택적 총기였다.

해변에서 대충 청소를 하고 물놀이 시작.
물이 무서운 운광이는 조심조심, 물이 마냥 좋은 창민이는 무조건 풍덩, 수영솜씨를 자랑하고 싶은 지광이와 지성이는 물장구를 쳐보고, 찬양이 재석이 남매의 소심한 듯 즐거운 물놀이, 튜브를 끌어안고 바닷물에 몸을 맡긴 밤하늘님, 근 20년만에 물속에 몸을 담가본 박영숙 선생님, 웃통을 벗어던진 목사님의 개헤엄강습과 그에 따라 물장구를 치는 난나님과 감꽃님, 바닷물에 몸을 적신 채 해변에 누운 봄길님, 그 와중에도 운광이랑 창민이를 즐겁게 해주시는 하늘빛님, 멀리 바위그늘에서 모기들에게 헌혈을 하신 빛나는 별님과 물놀이 중 해파리에 쏘이신 길님.. 저마다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오랜만의 물놀이로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된 박영숙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다리에 힘이 풀려 난나님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목사님의 아이디어로 중학교 운동장에서 튜브축구를 했다. 어디로 갈지 모를 검은 튜브의 방향과 누구의 발에 걸릴지 모를 그 동그란 구멍, 아! 몹쓸 튜브축구 같으니라고.. 그 튜브가 뭐라고 동그란 구멍 속에 발을 넣고, 몸싸움을 하는지.. 그러고도 모자란지 길님은 튜브족구를 하자며 즉석규칙을 만들어내고 팀을 짜서 족구를 시작했다. 동그란 구멍에 발을 걸어 휘익 네트를 넘기는 그 모습은 단순히 '우습다' 차원을 넘었다. 그런데 이 몹쓸 튜브족구가 3세트 정도 되니까 선수들이 익숙해져서 네트를 제법 여러차례 넘나들었다. 놀라운 인간의 능력 같으니라고... 아무튼 이 몹쓸 튜브축구, 튜브족구를 보며 경쟁하는 인간, 놀이의 인간을 실감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 솔샘교우들, 앞으로 튜브를 보면 물놀이가 아니라 족구하자고 덤벼들까 걱정이다. 이참에 아예 특허라도 내버려? 솔샘배 전국 튜브족구대회, 흠.. 규모가 커지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 더 이상 상상을 말자. 몹쓸 검은 튜브 같으니라고..

저녁식사는 심하게 과했다. 권사님이 서대회와 문어를 내놓으셔서 다들 배를 두드리며 먹었다. 새콤달콤한 서대회와 짭짤하고 쫄깃 고소한 문어맛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명색이 '수련회'인데 너무 잘 먹어서 수련이 살짝 덜 되는 듯..
식사 후 영화'워낭소리'를 보았다. 장로님과 권사님 모두 함께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가끔 소리가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 권사님의 조근 조근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농사를 지으시면서, 험한 바다와 함께 살아가시면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으실까? 또 그런 이야기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중에, 시간이 흘러, 나도 깊은 주름과 백발이 가득할 때 저렇게 조근조근 풀어낼 이야기를 한보따리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이야기가 사람냄새 가득한 따뜻함을 지녔으면 더욱 좋겠다.
권사님과 장로님은 주무시고, 우리는 졸린 눈을 비비며 교회헌법 일부를 공부했다. 교회에도 헌법이 있나 싶어 낯설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었던 것들을 하나씩 건드려 가는 맛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헌법이 중요하지만, 내가 살아서 신앙생활을 하는 동안은 굳이 헌법을 펼쳐보지 않아도 거스를 게 없기를 바란다.

이래저래 몸을 부대끼며 잠자리에 들었다. 조금 뒤척이다 잠을 청했는데 새벽녘에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들렸다. 일찍 잠을 깬 몇몇 교우들의 소리였다. 잠시 후 멀리 여산교회의 새벽예배를 알리는 차임벨소리가 들려온다. 은은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어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들면서 조금 민망했다. 저 소리는, 저 차임벨소리는 일어나 새벽예배를 드리라는 신호인데, 그걸 자장가 삼다니.
아침에 일어나니 잠자리 이야기가 또 한 가득이다. 모기가 있었느니, 더워서 깨어났다느니, 새벽산책을 했다느니. 그러나저러나 곧 정리를 하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분주했다. 아침준비도 권사님이 이것저것 내놓으셔서 다들 거하게 식사를 했다. 정리하려는데, 권사님은 또 이것저것 챙겨주시느라 바쁘셨다. 결국 집집마다 검은콩을 한 봉지씩, 공부방에 쓰일 마늘도 한 봉지, 문어도 한 봉지 챙겨주셨다. 결국 가지고 간 만큼 또 가지고 오는, 그리하여 짐이 별로 줄지 않은 여행이 되었다.
빠뜨린 것 없이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무엇이 그리 아쉬웠는지 소소한 실수들로 다시 밤하늘님 집까지 달려가는 해프닝을 벌여야 했다. 장로님은 경운기에 우리 짐들을 가득 싣고 선착장까지 날라주시고, 우린 선착장 앞 팔각정에서 주일예배겸 마침예배를 드렸다.

다시 쾌속선을 타고 낭도를 빠져나오는데 잠시 빗방울이 떨어졌다. 피하지 말자, 이정도의 빗방울쯤은. 아름다운 섬 풍경들을 가득 담아가려면 빗방울이 대수겠는가. 안개가 산 낮은 곳까지 내려앉아 신비로움을 더하는 풍경을 지나, 어제보다 한결 거세진 파도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섬들을 지나, 나무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도도하게 인사하는 새를 만나고 나서야 저 멀리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준 밤하늘님, 흔쾌히 사랑하는 남편을 일박이일간 보내주신 태숙씨, 고맙습니다. 따뜻하고 정성어린 대접을 해주신 장로님 권사님, 감사합니다. 고향에 다녀온 듯 기운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 함께 해주신 솔샘교우들, 박영숙 선생님, 행복했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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